<?xml version="1.0" encoding="UTF-8"?><rss version="2.0" xmlns:content="http://purl.org/rss/1.0/modules/content/"><channel><title>Johnny Kim</title><description>The Guitar-Playing Engineer</description><link>https://johnnykim-guitar.com/</link><language>ko</language><item><title>양자 얽힘의 정체는 중학교 인수분해였다 — 물리의 정석 양자역학 편 독후감</title><link>https://johnnykim-guitar.com/posts/susskind-quantum-mechanics-review/</link><guid isPermaLink="true">https://johnnykim-guitar.com/posts/susskind-quantum-mechanics-review/</guid><description>이 세상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— 서스킨드 물리의 정석 양자역학 편을 읽고.</description><pubDate>Sun, 26 Jul 2026 00:00:00 GMT</pubDate><content:encoded>&lt;h2&gt;왜 이 책을 읽게 됐나&lt;/h2&gt;
&lt;p&gt;어릴 때부터 궁금했습니다. 세상은 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. 별은 왜 빛나고, 물은 왜 아래로 흐르고, 나는 왜 여기 있는 걸까.&lt;/p&gt;
&lt;p&gt;그 호기심이 중고등학교 시절 물리 경시대회 출전으로 이어졌습니다. 그리고 대학 진로를 선택할 때는 현실적인 판단을 했습니다. 이론물리는 진정한 재능의 영역입니다. 저는 그 세계의 주인공이 되기보다, 이론이 만들어낸 것들을 활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. 그렇게 공대로 왔습니다.&lt;/p&gt;
&lt;p&gt;그렇다고 순수한 호기심이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. 다만 양자역학에 관해서는 늘 막혀 있었습니다.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건 두 종류뿐이었거든요.&lt;/p&gt;
&lt;p&gt;하나는 너무 추상적인 비유들. &quot;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죽어있다&quot;는 식의 설명은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, 사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이게 만듭니다. 다른 하나는 선수과목이 어디서부터인지도 모를 수식들. 브라-켓 표기법, 해밀토니안, 고유값 문제... 첫 페이지에서 포기했습니다.&lt;/p&gt;
&lt;p&gt;레너드 서스킨드의 『물리의 정석: 양자역학 편』은 그 정확한 중간 지점에 있었습니다.&lt;/p&gt;
&lt;h2&gt;수학이 있되, 벽은 아닌 책&lt;/h2&gt;
&lt;p&gt;저자는 수식을 완전히 버리지 않습니다. 양자역학의 뼈대는 결국 수학으로 기술되기 때문입니다. 하지만 일반물리와 공대 졸업 수준의 수학, 즉 미적분과 선형대수 정도가 있다면 따라갈 수 있습니다.&lt;/p&gt;
&lt;p&gt;솔직히 고백하면, 모든 수식 유도를 완벽하게 따라가며 읽지는 못했습니다. 연습문제까지 전부 풀며 소화하려면 1~2년은 족히 걸릴 것 같았습니다. 그래도 이 책이 주는 건 분명합니다. 양자역학의 근본 개념 구조가 수학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를, 적절한 깊이로 보여줍니다.&lt;/p&gt;
&lt;p&gt;이 글에서도 그 &quot;적절한 깊이&quot;가 어떤 느낌인지 전해지도록, 책에 나오는 수준의 수식을 몇 개만 곁들여 보겠습니다.&lt;/p&gt;
&lt;h2&gt;세상이 이렇게 생겼다고&lt;/h2&gt;
&lt;p&gt;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멈추게 됐습니다.&lt;/p&gt;
&lt;p&gt;인간이 지금까지 밝혀낸 바에 따르면, 세상은 기본입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 있고, 그 규칙은 양자역학으로 기술됩니다. 너무 당연하게 들리지만, 이 문장이 실제로 무슨 의미인지를 수식과 함께 마주하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.&lt;/p&gt;
&lt;p&gt;특히 인상 깊었던 건 세 가지입니다.&lt;/p&gt;
&lt;h3&gt;파동함수와 중첩&lt;/h3&gt;
&lt;p&gt;책은 스핀이라는 가장 단순한 양자계에서 출발합니다. 위(up)와 아래(down), 딱 두 가지 기본 상태 $|u\rangle$, $|d\rangle$만 있는 세계입니다. 양자역학의 첫 번째 충격은, 입자가 이 둘 중 하나에 있는 게 아니라 둘의 &lt;strong&gt;선형 중첩&lt;/strong&gt;으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.&lt;/p&gt;
&lt;p&gt;$$
|\psi\rangle = \alpha,|u\rangle + \beta,|d\rangle
$$&lt;/p&gt;
&lt;p&gt;그리고 측정이라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하나의 값으로 확정되는데, 각 결과가 나올 확률은 그 앞에 붙은 계수(확률 진폭)의 &lt;strong&gt;절댓값 제곱&lt;/strong&gt;입니다.&lt;/p&gt;
&lt;p&gt;$$
P(u) = |\alpha|^2, \qquad P(d) = |\beta|^2, \qquad |\alpha|^2 + |\beta|^2 = 1
$$&lt;/p&gt;
&lt;p&gt;&lt;img src=&quot;/images/susskind-quantum-mechanics-review/superposition-measurement.svg&quot; alt=&quot;중첩 상태가 측정을 통해 하나의 결과로 확정되는 과정&quot; /&gt;&lt;/p&gt;
&lt;p&gt;왜 하필 제곱일까요?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 물음은 남아 있습니다. 세상은 1승도 3승도 아닌 2승으로 돌아갑니다.&lt;/p&gt;
&lt;h3&gt;힐베르트 복소공간&lt;/h3&gt;
&lt;p&gt;이 모든 것을 복소 힐베르트 공간에서 기술하면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. 위의 $\alpha$, $\beta$는 실수가 아니라 &lt;strong&gt;복소수&lt;/strong&gt;여야 하고, 상태는 $\langle\psi|\psi\rangle = 1$로 정규화된 복소 벡터입니다. 관측 가능한 물리량은 그 공간 위의 연산자이고, 측정값은 그 연산자의 고유값입니다.&lt;/p&gt;
&lt;p&gt;리만기하학이 일반상대성이론보다 먼저 존재했고, 힐베르트 공간이 양자역학보다 먼저 있었듯, 수학이 세상을 기술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수학으로 생긴 것 같다는 느낌. 이 &quot;터무니없는 유효성&quot;은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따라붙었습니다.&lt;/p&gt;
&lt;h3&gt;양자 얽힘의 수학적 민낯&lt;/h3&gt;
&lt;p&gt;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이겁니다. 양자 얽힘은 워낙 기이한 현상이라, 엄청나게 고차원적인 수학의 산물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습니다. 그런데 그 수학적 본질은 중학교 때 배우는 &lt;strong&gt;인수분해&lt;/strong&gt;, 즉 두 항의 곱으로 표현 가능하냐 아니냐의 문제와 구조적으로 연결됩니다.&lt;/p&gt;
&lt;p&gt;스핀 두 개로 이루어진 계의 일반적인 상태는 이렇게 생겼습니다.&lt;/p&gt;
&lt;p&gt;$$
|\Psi\rangle = \psi_{uu},|uu\rangle + \psi_{ud},|ud\rangle + \psi_{du},|du\rangle + \psi_{dd},|dd\rangle
$$&lt;/p&gt;
&lt;p&gt;이 상태가 &quot;입자 A의 상태 ⊗ 입자 B의 상태&quot;라는 곱으로 인수분해되면, 두 입자는 각자 자기 상태를 가진 평범한 사이입니다. 그런데 어떤 상태는 어떻게 해도 인수분해가 안 됩니다. 대표적인 것이 싱글릿 상태입니다.&lt;/p&gt;
&lt;p&gt;$$
|\text{singlet}\rangle = \frac{1}{\sqrt{2}}\left(|ud\rangle - |du\rangle\right)
$$&lt;/p&gt;
&lt;p&gt;곱으로 풀어 쓸 수 있으려면 $\psi_{uu},\psi_{dd} = \psi_{ud},\psi_{du}$가 성립해야 하는데, 싱글릿은 $\psi_{uu} = \psi_{dd} = 0$이면서 $\psi_{ud} = -\psi_{du} \neq 0$이라 절대 만족할 수 없습니다. &lt;strong&gt;텐서곱이 분리되지 않는 상태, 그게 곧 얽힘입니다.&lt;/strong&gt;&lt;/p&gt;
&lt;p&gt;&lt;img src=&quot;/images/susskind-quantum-mechanics-review/product-vs-entangled.svg&quot; alt=&quot;곱 상태와 얽힘 상태의 비교: 얽힘 상태는 어떤 곱으로도 인수분해되지 않는다&quot; /&gt;&lt;/p&gt;
&lt;p&gt;물론 실제로는 더 복잡하지만 뼈대는 정말로 이렇습니다.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.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현상의 씨앗이 이렇게 단순하다니.&lt;/p&gt;
&lt;h2&gt;이건 공준이지 정리가 아니다&lt;/h2&gt;
&lt;p&gt;책을 읽으면서 자꾸 같은 패턴이 눈에 걸렸습니다. 예를 들어 상태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배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은,&lt;/p&gt;
&lt;p&gt;$$
i\hbar,\frac{\partial}{\partial t}|\psi\rangle = \hat{H},|\psi\rangle
$$&lt;/p&gt;
&lt;p&gt;무언가로부터 유도된 게 아니라 추측된 &lt;strong&gt;공준&lt;/strong&gt;입니다. 유니타리성(확률의 보존)도 증명된 정리가 아니라 공리입니다. 양자역학의 화려한 결과들 밑에는 &quot;왜 이게 성립하는가&quot;를 묻지 않고 그냥 출발점으로 삼는 가정들이 깔려 있습니다.&lt;/p&gt;
&lt;p&gt;이게 실망스러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책을 통해 이해했습니다. 물리학은 원래 그렇습니다. 가장 근본적인 층위의 법칙은 더 이상 왜냐고 묻기 어렵습니다. 다만 그 가정 위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느냐가 이론의 힘입니다. 양자역학은 그 기준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론입니다.&lt;/p&gt;
&lt;h2&gt;신비화에 한마디&lt;/h2&gt;
&lt;p&gt;책 바깥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, 양자역학 관련 대중 콘텐츠 중에는 &quot;관측이 곧 의식의 개입&quot;이라거나 &quot;양자 무작위성이 자유의지를 증명한다&quot;는 식의 비약이 많습니다. 이 책은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습니다. 관측에 의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, 어떤 물리적 상호작용이든 측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수학 구조 자체가 담담히 보여줍니다. 양자역학을 신비주의로 가져가려는 시도에 이 책이 가장 좋은 예방약입니다.&lt;/p&gt;
&lt;h2&gt;여전히 남는 질문들&lt;/h2&gt;
&lt;p&gt;그래도 끝에 남는 물음들이 있습니다. 왜 세계는 양자적인가. 왜 하필 진폭의 제곱인가. 중력은 어떻게 양자역학과 통합되는가. 이 질문들은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고, 아마 지금의 물리학도 완전히 대답하지 못합니다. 어쩌면 그게 물리학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일 겁니다.&lt;/p&gt;
&lt;h2&gt;누구에게 권하고 싶은가&lt;/h2&gt;
&lt;p&gt;공대를 나왔거나 물리 베이스가 어느 정도 있고, 양자역학이 궁금한데 물리학과 수업을 청강하기엔 부담스러운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. 유사과학적 비유 없이, 수식의 공포 없이, 딱 그 중간 어딘가에서 &quot;아, 이런 구조로 생겼구나&quot;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.&lt;/p&gt;
&lt;p&gt;세상의 이치가 궁금했던 어린 시절의 저에게도, 지금의 저에게도, 잘 맞는 책이었습니다.&lt;/p&gt;
&lt;h2&gt;서지 정보&lt;/h2&gt;
&lt;p&gt;레너드 서스킨드, 아트 프리드먼 공저 / 『물리의 정석: 양자역학 편』 (The Theoretical Minimum: Quantum Mechanics)&lt;/p&gt;
</content:encoded></item><item><title>강성울음에 지친 개발자 아빠가 조립한 아기 재우기 알고리즘: 수면의식 앱 &apos;잠잠&apos; 제작기 (feat. Claude Fable)</title><link>https://johnnykim-guitar.com/posts/jamjam-sleep-app/</link><guid isPermaLink="true">https://johnnykim-guitar.com/posts/jamjam-sleep-app/</guid><description>순서도 → 상태 머신 → 프롬프트 → 딸깍. AI로 매일 밤 육아전쟁을 진정시켜나간 과정.</description><pubDate>Fri, 17 Jul 2026 00:00:00 GMT</pubDate><content:encoded>&lt;h2&gt;전쟁 같은 아이 재우기&lt;/h2&gt;
&lt;p&gt;생후 6주 아기를 재우는 건 매일 밤 치르는 작은 전쟁입니다. 눕히면 등이 닿자마자 울고(기가 막힌 감도의 등센서), 안으면 자는 척하다가 눕히면 다시 격하게 웁니다. &quot;적당히 울게 놔둬도 괜찮다&quot;길래 10분 지켜봤더니 초강성울음으로 진화해서 결국 다시 안아 들고, 열심히 달래서 잠잠해졌기에 눕혔더니 또 자지러지게 울고. 혹시나 해서 기저귀를 열어보니 그새 대변을 시원하게 보셨더군요. 갈아주니 잠시 평온한 얼굴이다가 또 울음이 터집니다. 쪽쪽이를 물려도 잠시뿐, 배가 아픈가 싶어 배를 쓰다듬고 토닥이며 온 집을 스무 바퀴쯤 돌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달래기 시작한 지 한 시간. 마지막 수유로부터 두 시간이 지났길래 혹시나 젖병을 물려보니 쭉쭉 들어갑니다. 먹다가 눈이 감기길래 이때다 싶어 얼른 눕혔는데, 잠시 뒤 켁켁거리며 우는 소리에 가보니 분유를 게워낸 흔적이. 닦아주고 다시 안아 올려 트림을 시키고… 다시 처음부터.&lt;/p&gt;
&lt;p&gt;이런 밤이 반복되니 부부의 다크서클은 깊어지고 아기는 점점 예민해졌습니다. 어느 날은 재우는 데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. 밤이 깊어질수록 이웃집에 소음으로 죄송한 마음에 불안하기도 했고요.&lt;/p&gt;
&lt;p&gt;왜 이렇게 오래 걸리고, 아이도 부모도 힘들었을까. 회고해보니 두 가지로 요약됐습니다.&lt;/p&gt;
&lt;ol&gt;
&lt;li&gt;100dB로 우는 아이 앞에서 뇌정지가 와서, 당황한 나머지 울음의 진짜 원인을 놓쳤다.&lt;/li&gt;
&lt;li&gt;잘못됐거나 기계적인 대응에 쓸데없는 노력을 쏟다가 지쳤다.&lt;/li&gt;
&lt;/ol&gt;
&lt;p&gt;필요한 건 시끄럽게 우는 아기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한 채, 현재 맥락 안에서 빠르게 원인을 찾고 일관된 루틴과 진정 전략을 밀어붙이는 것이었습니다. 그런데 실제로는 &quot;아이고, 일단 안아주고 토닥토닥부터 해보자&quot;라며 습관대로 움직이거나, 원인을 잘못 짚고 삽질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.&lt;/p&gt;
&lt;h2&gt;유튜브·책 선생님의 조언과 실시간 강성울음 사이의 갭&lt;/h2&gt;
&lt;p&gt;유튜브에서는 적당히만 달래고 놔둬도 괜찮다고 합니다. 그런데 왜 우리 아기는 놔두면 강성울음으로 진행되기만 할까요? 영상과 책의 조언은 일반론이라, 지금 눈앞에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에게 무엇부터 체크하고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, 맥락에 맞게 특정된 답을 주지는 못합니다.&lt;/p&gt;
&lt;p&gt;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. 핵심은 당장 해결이 필요한 울음(편의상 &lt;strong&gt;문제해결 울음&lt;/strong&gt;이라고 부르겠습니다)의 원인을 빠르게 제거해서, 과각성과 피곤으로 인한 울음 — 즉 &lt;strong&gt;잠투정&lt;/strong&gt;만 남기는 것. 그리고 잠투정에는 현명하게 기다리거나 최소한의 개입(진정계단)만 해서, 아이가 스스로 울음을 그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.&lt;/p&gt;
&lt;p&gt;문제는 아직 울음 번역이 서툰 초보 부모는 이 둘을 자주 헷갈린다는 겁니다. 잠투정인데 열심히 달래면 아이는 더 피곤해져서 더 웁니다. 둘 다 얻는 것 없이 힘들기만 하죠. 반대로 문제해결 울음인데 잠투정인 줄 알고 방치하면, 아이는 불편을 계속 감내해야 하니 더 악을 쓰며 울고, 애착도 조금씩 깎여나갈 겁니다. 가장 모호한 건 배에 가스가 차는 등 속이 불편해서 우는 경우입니다. 잠투정은 아닌데 원인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까요. 그리고 마음 한켠엔 더 무거운 두려움도 있었습니다. 정말 아파서 우는 건데 잠투정으로 넘겨서, 병원에 늦게 가게 되면 어쩌지.&lt;/p&gt;
&lt;p&gt;그래서 수면 루틴도 일정하게 잡을 겸, 상황별 체크 항목을 놓치지 않도록 알고리즘 순서도를 만들기로 했습니다. 육아서와 소아과 자료를 찾고 실전 시행착오를 녹여서, 클로드와 함께 우리 집 재우기 순서도를 완성했습니다. 목욕부터 마지막 수유, 눕히기, 울음 대응, 병원에 가야 하는 위험 신호까지 담은 꽤 정교한 순서도였고, 실제로 효과도 있었습니다. 울음 총량이 1시간에서 20분으로 줄었으니까요.&lt;/p&gt;
&lt;p&gt;그런데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. 순서도를 직접 그리면서 내용을 머릿속에 넣은 저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대응할 수 있었지만, 아내는 그 복잡한 순서도를 일일이 보면서 대응은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. 생각해보면 당연했습니다. &lt;strong&gt;우는 아기를 안은 채로 분기가 수십 개인 순서도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.&lt;/strong&gt;&lt;/p&gt;
&lt;p&gt;그렇다면 답은 하나였습니다. 이 순서도를 웹앱으로 만들어서, 현재 상태에서 넘어갈 수 있는 선택지만 화면에 노출하는 것. 여기에 실시간 맥락 정보(마지막 수유 시각, 트림 재시도 여부, 누적 강성울음 시간)에 따라 선택지를 더 적절하게 좁혀준다면 금상첨화고요.&lt;/p&gt;
&lt;h2&gt;나만의 문제가 아니잖아?&lt;/h2&gt;
&lt;p&gt;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우리 집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. 이 시기의 부모라면 누구나 같은 스트레스를 겪습니다. 아기가 왜 우는지 모르겠고, 지금 개입해야 하는지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고, 이 울음이 병원에 가야 하는 울음인지 확신이 없는 상태로 밤을 버팁니다.&lt;/p&gt;
&lt;p&gt;기존 앱들도 찾아봤습니다. 수면 기록·낮잠 예측 앱, 몇 주짜리 수면교육 코스 앱, AI 울음 분석 앱, 백색소음 앱까지 시장은 이미 붐볐지만, 정작 &lt;strong&gt;&quot;지금 우는 아기 앞에서 다음 한 걸음&quot;을 알려주는 앱&lt;/strong&gt;은 없더군요. 기록은 과거고 예측은 미래인데, 부모가 무너지는 건 언제나 현재였습니다.&lt;/p&gt;
&lt;p&gt;그래서 우리 집 검증용으로 끝내지 않고, 같은 밤을 보내는 부모라면 누구나 쓸 수 있게 만들기로 했습니다. 원칙은 하나 — 순서도를 &quot;읽는 문서&quot;가 아니라 &quot;따라가는 인터랙션&quot;으로 바꾸자. 부모는 판단하지 않고, 화면에 뜬 큰 버튼 중 하나만 누르면 되게 하자.&lt;/p&gt;
&lt;h2&gt;자료 모으기: 근거 없는 육아 팁은 사절&lt;/h2&gt;
&lt;p&gt;만들기 전에 원칙을 하나 세웠습니다. 앱이 하는 모든 안내에는 출처가 붙어야 한다는 것. 부모가 가장 취약한 시간에 쓰는 도구가 &quot;카더라&quot;여서는 안 되니까요.&lt;/p&gt;
&lt;p&gt;베이스는 『똑게육아』였습니다. 여기에 눕힌 뒤 10~20분 정도의 칭얼거림은 정상 범위라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안내, 3개월 미만 아기의 병원 방문 기준(Seattle Children&apos;s), 하비 카프 박사의 진정 기법, NHS·KidsHealth의 트림·역류 가이드까지 자료를 모아 세컨드 브레인에 노트로 쌓았습니다. 도중에 배운 것 하나 — 육아서가 &quot;○○학회에 따르면&quot;이라고 인용한 문장도 원문을 찾아보면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, 앱에 넣는 숫자는 전부 기관 원문까지 거슬러 올라가 검증했습니다. 읽으면서 &quot;칭얼거림은 어디까지 두고 보나&quot;, &quot;울음이 몇 분을 넘으면 개입하나&quot; 같은 애매한 지점들을 전부 숫자로 확정해 나갔습니다.&lt;/p&gt;
&lt;h2&gt;구현: Claude Fable과 딸깍&lt;/h2&gt;
&lt;p&gt;여기서부터가 재미있는 부분입니다. 구현 과정은 사실상 문서 3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.&lt;/p&gt;
&lt;p&gt;&lt;strong&gt;1단계 — 순서도를 mermaid 다이어그램으로.&lt;/strong&gt; 앞서 만든 우리 집 재우기 순서도가 이 단계의 산출물입니다. 노트에 글로 흩어져 있던 루틴을 mermaid 순서도로 변환했는데, 그리는 과정에서 &quot;원인 체크에서 못 찾으면 어디로 가지?&quot; 같은 빠진 분기가 그대로 드러나서 다이어그램 자체가 디버깅 도구 역할을 했습니다.&lt;/p&gt;
&lt;p&gt;&lt;strong&gt;2단계 — 순서도를 상태 머신으로.&lt;/strong&gt; 순서도는 사람이 읽는 그림이고, 앱이 실행하려면 상태 머신이 필요합니다. 각 화면을 상태로, 부모의 버튼 입력을 이벤트로, 시간 조건을 타이머로 정의했습니다. 핵심 골격만 보면 이렇습니다.&lt;/p&gt;
&lt;pre&gt;&lt;code&gt;stateDiagram-v2
    [*] --&amp;gt; 준비: 목욕→기저귀→이동→수유→트림
    준비 --&amp;gt; 눕히기
    눕히기 --&amp;gt; 관찰
    관찰 --&amp;gt; 잠듦: 잠들었음 확인
    관찰 --&amp;gt; 원인체크: 칭얼거림 10분 경과
    관찰 --&amp;gt; 위험신호확인: 강성울음
    위험신호확인 --&amp;gt; 응급: 위험신호 발견
    위험신호확인 --&amp;gt; 원인체크: 이상 없음
    원인체크 --&amp;gt; 눕히기: 원인 해결
    원인체크 --&amp;gt; 진정계단: 원인 미발견
    진정계단 --&amp;gt; 눕히기: 진정됨
    진정계단 --&amp;gt; 교대: 누적 강성울음 30분
&lt;/code&gt;&lt;/pre&gt;
&lt;p&gt;이 단계에서 &quot;칭얼거림 관찰은 10분&quot;, &quot;부모 교대는 누적 강성울음 30분&quot;, &quot;연속 울음 2시간이면 병원&quot; 같은 파라미터를 근거 출처와 함께 표로 못 박았습니다. 출처를 찾지 못한 값은 &quot;우리 집에서 해보니 괜찮더라&quot;로 두지 않고, 공신력 있는 자료의 범위 안으로 조정했습니다.&lt;/p&gt;
&lt;p&gt;&lt;strong&gt;3단계 — 구현 프롬프트 작성.&lt;/strong&gt; 상태 머신 스펙과 컨셉 문서를 AI 코딩 에이전트에게 그대로 투입할 수 있는 프롬프트 하나로 압축했습니다. 기술 스택은 과감하게 제한했습니다. 단일 &lt;code&gt;index.html&lt;/code&gt;, 바닐라 JS, 프레임워크·빌드·서버·외부 요청 전부 금지. 대신 타협 불가 제약을 명시했습니다 — 타이머는 timestamp 차이로 계산해서 화면 잠금 중에도 정확할 것, 상태 전이마다 localStorage에 저장해서 새로고침해도 세션이 복구될 것, 어두운 침실에서 아기가 깨지 않게 저휘도 다크 테마일 것.&lt;/p&gt;
&lt;p&gt;&lt;strong&gt;4단계 — &quot;구현해줘&quot; (딸깍).&lt;/strong&gt; 이 프롬프트를 Claude Fable에게 넘겼습니다. 설계 문서가 촘촘하니 구현은 정말로 딸깍에 가까웠습니다. 상태 머신 로직 테스트 60건과 실제 화면 클릭 워크스루 36건을 통과한 단일 HTML 파일이 나왔고, Cloudflare Workers에 올렸습니다.&lt;/p&gt;
&lt;p&gt;돌아보면 시간의 대부분은 코딩이 아니라, 책과 인터넷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&lt;strong&gt;문제를 상태 머신으로 잘 정의하는 데&lt;/strong&gt; 들어갔습니다. AI 코딩 시대의 MVP 개발이란 결국 &quot;무엇을 만들지 정확히 아는 것&quot;이 대부분이구나 싶었습니다.&lt;/p&gt;
&lt;h2&gt;잠잠, 써보세요&lt;/h2&gt;
&lt;p&gt;그렇게 나온 앱이 &lt;strong&gt;잠잠(JamJam)&lt;/strong&gt; 입니다. &quot;잠&quot;과 &quot;잠잠해지다&quot;의 이중 의미입니다.&lt;/p&gt;
&lt;p&gt;👉 &lt;strong&gt;&lt;a href=&quot;https://jamjam.johnnykim-guitar.com&quot;&gt;jamjam.johnnykim-guitar.com&lt;/a&gt;&lt;/strong&gt;&lt;/p&gt;
&lt;ul&gt;
&lt;li&gt;화면에는 항상 &quot;지금 할 일 하나&quot;만 보여줍니다. 부모는 아기 상태 버튼(조용함/딸꾹질/칭얼거림/강성울음)만 누르면 됩니다.&lt;/li&gt;
&lt;li&gt;타이머 3종을 자동 집계합니다: 마지막 수유 후 경과, 누적 강성울음(교대 기준 30분), 연속 울음(병원 기준 2시간). 시계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.&lt;/li&gt;
&lt;li&gt;모든 가이드 화면 하단에 출처가 붙어 있습니다. 의심되면 눌러서 원문을 확인하세요.&lt;/li&gt;
&lt;li&gt;로그인도 서버도 없습니다. 새벽에 실수로 새로고침해도 세션이 이어집니다.&lt;/li&gt;
&lt;/ul&gt;
&lt;p&gt;물론 의료 조언이 아니며, 위험 신호가 보이면 앱이 아니라 병원입니다. 앱에도 같은 고지가 들어 있습니다.&lt;/p&gt;
&lt;h2&gt;마치며&lt;/h2&gt;
&lt;p&gt;이 앱을 쓴다고 당장 아기가 곯아떨어져 자는 건 아닙니다. 아기는 여전히 웁니다. 다만 새벽 세 시에 &quot;내가 지금 뭘 해야 하지&quot;라는 판단의 무게를 앱에 내려놓을 수 있다면, 그만큼 부모의 멘탈은 덜 털립니다.&lt;/p&gt;
&lt;p&gt;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부모님들, 오늘 밤도 무사히. 조금이라도 덜 털리시기를 기원합니다. 🌙&lt;/p&gt;
</content:encoded></item><item><title>홈페이지를 열었습니다</title><link>https://johnnykim-guitar.com/posts/hello-world/</link><guid isPermaLink="true">https://johnnykim-guitar.com/posts/hello-world/</guid><description>기타치는 개발자 Johnny의 공간, johnnykim-guitar.com 첫 글.</description><pubDate>Mon, 13 Jul 2026 00:00:00 GMT</pubDate><content:encoded>&lt;p&gt;안녕하세요, 좌니킴입니다.&lt;/p&gt;
&lt;p&gt;연주 영상과 악보, 연습법, 프로그래밍 노트, 그리고 일상을 담을 공간으로 이 홈페이지를 열었습니다. 글은 카테고리별로 정리됩니다.&lt;/p&gt;
&lt;ul&gt;
&lt;li&gt;&lt;strong&gt;Guitar&lt;/strong&gt; — 연주 영상, 악보, 연습법&lt;/li&gt;
&lt;li&gt;&lt;strong&gt;Lab&lt;/strong&gt; — 만든 것들: 코드 실험과 웹 프로젝트&lt;/li&gt;
&lt;li&gt;&lt;strong&gt;Notes&lt;/strong&gt; — 프로그래밍 · 물리 · 생산성&lt;/li&gt;
&lt;li&gt;&lt;strong&gt;Life&lt;/strong&gt; — 육아 · 수영 · 일상&lt;/li&gt;
&lt;/ul&gt;
&lt;p&gt;앞으로 하나씩 채워가겠습니다.&lt;/p&gt;
</content:encoded></item></channel></rss>